어색하고 무거운 침묵 끝에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모든 사람 사이를 호오로만 판별할 수 없으며, 모호함의 경계 속에서 각자가 내린 판단으로 관계를 맺고 끊으며 살아간다는 것. p.61.
저 너머에서 노동하는 모든 사람. 그들 모두가 그저 살고 싶기에 살아가는 걸까. 죽음에 자꾸 이끌리는 마음을 책임감의 갈고리로 삶까지 끌어당기는 건 아닐까. 내 육신의 죽음만으론 나에게 닥친 불행들까지 죽일 수 없다. 불행은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옮겨가겠지. 그럴바에 살아남아 불행과 싸워 이기는 게 낫지 않을까. p.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