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총 이십 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 내 인생 절반을 함께했던 자그마한 세계가 낯설게 느껴지는 탓은, 절반 이상 변해버린 풍경 때문은 아니요, 절반 이상 커버린 내 모습 때문도 아니요, 그저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의 사이가 소원해진 탓이며 앞으로 더욱 멀어지기만 할 관계이기 때문일 터." p.23
"은주와의 대화 이후, 그제야 기본을 다 갖춘 삶 이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밥벌이해 먹고사는 데야 이 월급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그 이후는 어떻게 꾸려나갈 건가. 170이란 월급으로 경리가 말한 것 처럼 '차도 사고 집 구해서 결혼'을 할 수 있일까? 할 수 있다고 한들 고작 납땜 기술로 평생 밥벌이해 살 수 있을까? 먹고살 수 있다 쳐도 밤나 바뀐 채 일만 하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 p.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