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권을 읽는데,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쓰는것은 내 취향이 아니다. 나의 독서는 전적으로 스트레스를 보태는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행위이므로 부담이 되는 책은 미련없이 덮고, 다음에 올지 모를 호시절을 기다리는 편이다. 이 책 역시 그렇게 해도 됐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소설집의 단편 하나를 읽는것이 왠만한 책 한권을 읽는것처럼 버거우면서도, 그만두고 싶지가 않았다. 과학적지식에 관한 50%는 흘려보내면서도, 누군가에게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내 눈에서 빛이 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렉이건은 '불안한 예언자'다. 그가 예측하는 미래는 설득력있게 불안한채로 우리에게 선택권을 내민다. 과학기술은 준비되었고, 문제는 당신의 선택이라고. 이제 그 물음에 내가 답할 차례다. 누군가를 위해 고달픈 임신경험과 같이 뇌를 잉태하는 희생을 감당할 수 있는가, 행복한 이유가 머릿속의 어떤 종양때문이라면 그 종양을 품고 계속행복할 것인가, 제거하고 불행할 것인가 등등에 관해.
다만, 그 선택은 좀 넉넉히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