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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내 머릿속에 있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한 먼 과거부터 존재하던, 인간과 원인 모두를 포함한 몇천만 명의 조상들 또한 내 머릿속에 있다. 거기에 4,000명을 덧붙였다고 해서 무에 대수인가? 인간은 모두 나와 같은 유산으로부터 스스로의 인생을 만들어 가기 마련이다. 반쯤 보편적인 동시에 반쯤 특수하며, 가차 없는 자연도태에 의해 반쯤 예리해지고, 우연이라는 자유에 의해 반쯤 누그러진 유산을 물려받은 것이다. 내 경우는 그런 과정의 세부를 조금 더 적나라하게 의식해야 한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사람이 태어났을 때는 그 속한 사회의 관습이나 행동양식이 이미 주어진 상태이다. 사람들은 조상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물려받는다. 받은 것들 중에 나만의 것을 찾아가기도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