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블랙 유머와 풍자의 대가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반전 작가인 커트 보니것의 두 번째 장편이다. 국내에는 2003년에 <타이탄의 미녀>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가 절판 이후 세 배가 넘는 가격에 중고 거래가 되어 구하기가 어려웠던 작품이기도 하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제3차대공황이 닥치기 전 어느 시점의 미래, 신우주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개인의 운명과 삶의 무의미함에 대해서 유쾌하게 사유한다.
워낙 엉뚱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타일이라 다소 정신없지만, 보니것만의 시니컬한 위트를 좋아한다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게다가 아폴로 11호가 최초로 달에 착륙했던 것이 1969년이고, 이 작품이 발표된 것이 1959년이니 인류가 지구 이외의 천체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이렇게나 '우주적인' 소설을 쓴 보니것의 독창적이고 놀라운 상상력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극중 시련의 연속으로 재산도, 기억도, 가족도 잃어버린 한 남자는 자신이 일련의 우연에 희생당한 사람이라고.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냐는 이야기를 한다. 정해진 운명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저 우연의 선택일 뿐이고, 아둥바둥 힘들게 뭔가를 이루려고 하지만 삶이란 우주만큼이나 무의미한 것이며, 세상에 절대적 진실이란 없다는 보니것식 농담이 여운처럼 길게 남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