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우주, 미지의 세계인 우주에 대해서는 누구든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 두렵기도 하면서 경이롭기까지 한 곳. 인간이 도달하기 어려운 곳. 우리는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고, 발견하지 못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어떤 행성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고, 블랙홀과 화이트홀, 웜홀, 다른 은하에 대해서도 늘 궁금해한다.
우주를 주제로 하는 영화와 음악, 문학이 많은 것은 그 무한함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내가 사는동안 두고두고 떠오를 작품이 되었다. 인덱스를 마구잡이로 붙일만큼 좋은 구절들이 많았고, 한번 책을 펼치면 접기 아쉬울만큼 흡입력이 있었다.
정말이지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나는 태양계에서 토성을 가장 사랑한다. 그렇다고 내가 토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그 얼음으로 구성되었다는 아름다운 고리가 예뻐서다. 그걸 처음 알게 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토성을 사랑한다. 그러므로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기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보라색은 내 인생 컬러다)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수성으로, 다시 지구로, 그리고 토성의 타이탄으로 떠날 것이 예정되어 있던 콘스탄트는 얼마나 막막했을까. 피하려해도 결국 피하지 못하고 럼포드가 예지한대로 모든 운명을 따라가게 되었다. 나의 자유의지로 행한다고 생각한 모든 일들이 실은 누군가의 메세지의 일부였다면. 나의 의지는 단 하나도 없다면. 심지어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조차 이미 예정된 메세지라면..?
커트 보니것의 언어유희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문체,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과 섬뜩한 메세지를 읽는 것은 정말이지 행복한 시간이었다. 비록 이것이 정해진 운명이었다해도, 그것을 행운으로 여길 수 있을만큼 즐거웠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하게 된 <타이탄의 세이렌>을 더 많은 이들이 읽고 사랑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