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동안 행운에 찌든 채 방탕한 생활을 하던 콘스턴트나 기껏 미래를 내다보면서 아내에게 그딴 예언을 하는 럼포드도 하나같이 비호감. 그나마 비어트리스에게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의 감정이 일렁이곤 했다. 하지만 캐릭터에게 생기는 개인적인 감정 말고도 우주 전쟁을 비롯, 지구-수성-화성-타이탄으로 이어지는 배경 앞에서 나는 티끌보다 작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신의 장난질(?)까지 더해지는 것 같은 기분에 매우 별볼일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보니것만의 시니컬한 유머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매번 뒷맛이 쓴 웃음을 선사했고. 인생무상 참 부질없다 싶을 때쯤 터지는 반전은 정말 뒷목 잡고 내 이마를 탁 치게되는 순간이다. 허탈한 웃음만 새어나왔다. 이쯤되면 나한테는 SF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을 다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트 보니것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출간되었다는데 마침 11월 11일이 딱 100주년이다. 이 작가의 작품으로는 『타이탄의 세이렌』이 처음인데 어쩐지 이 우연찮은 날짜에 맞춰 읽은 타이밍도 어디선가, 누군가가 지정해놓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ㅋㅋㅋㅋ 푹 빠져 읽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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