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특히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과학소설을 읽는 의미는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당연히 첫번째는 재미있어서이다. 판타지와 달리 스페이스 오페라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아마도 평생 동안 가볼 일이 없기 때문에 거의 환상에 가까운 우주라는 공간을 소재로 한다. 우주라는 공간에서 개인은 너무나 작고 허무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도리어 그렇게 죽어라 살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스페이스 오페라의 장점은 아닐까. 그 큰 우주에서 정신없고 초라하고 웅장(!)하지 않은 보니것의 사람들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우리네 삶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여서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며 읽을 수 있었다. 말할 수 없는 비극을 몸으로 겪어낸 작가의 반짝이는 유머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