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탄소 대사를 하지 않는데도 네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싶었어. 촉각이 거의 퇴화했는데도 얼굴과 목을 만져보고 싶었어. 들을 수 있는 음역이 아예 다른데도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 너를 위한, 너에게만 맞춘 감각 변환기를 마련하는데 긴 시간이 들었어. p104
네가 내 여행이잖아. 잊지 마. p137
남겨질 날 좀 이해해줘. 너 없이 어떻게 닳아가겠니. p220
인간 한아와 외계인 경민의 그저 사랑이야기 같지만 정세랑 소설에는 반드시 뜻하는 바가 있다. 외계인이 인간 한아를 콕집은 이유는 그녀가 지구를 사랑하는 인간이었고, 그렇게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지구가 아프다는(초등학생 같은 발상이겠지만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은 없기에) 사상으로 살아갔기 때문이다. 외계인 경민은 왜 한아가 아니면 안되는 것인지 그리고 우리모두가 외계인에게 픽 되야할 이유는 없지만 지구를 위해 그렇게 살아가야만 한다는 가볍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소설이다. #지구에서한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