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는 금세 뜸해졌다. 뉴스에도 더는 나오지 않았다. 불안하다고 팔자니 매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근처 유명한 사립 재단이 중고등학교를 만들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떠돌았기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바람만 불지 않으면 좋은 아파트라고 생각했다. 아파트값이 배로 오를 수 있었고, 아이들은 명문학교의 학생이 될 수 있었다. 그들은 조금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 설마 무슨 일이 나겠어. 그렇게만 믿었다. (중략) <사계>의 가을 1악장이 끝나기도 전에 나란히 줄지어 선 아파트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며 상가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