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는 선의, 고영준에게는 농담처럼 들렸다. 거짓이 먼지 한 톨 없이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다면, 진실은 땅속 깊숙이 파묻혔다가 간신히 기어나온 사람 같았다. 보통 사람들은 진실의 흙묻은 손보다 거짓의 깔끔한 손과 악수하는 쪽을 선호했다. 잠깐 손을 잡았다가 놓는 정도니 별일 없을 거라고 믿었다. 고영준은 기자란 거짓과 잠깐이라도 악수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대신 모두가 마다하는 진실의 손을 잡는, 말하자면 사서 고생하는 업이었다.
거짓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졌다. 거짓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의심해야 했다. 의심은 기자의 갑옷이고, 두꺼울수록 안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 고영준은 의심하는 데 익숙해지다보니 믿는 법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인정하기 싫지만 받아들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