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을 때면 이따금 그의 눈에서 내가 잃어버린 예의 구제할 길이 없는 열정을 목격하곤 한다. 그럴 때 나는 자기 연민에 빠지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고, 이렇게 곱씹는다. 그 끔찍한 일을 겪으면서 나는 인간성을 잃었고, 그 탓에 불구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다. 내 기분이 이렇게 끔찍한 것도 당연하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완벽하게 타당한 견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이 관점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내가 발견한 새로운 진실은 진실 특유의 차가운 열정을 내포하고 있었고, 특유의 조작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유'라든지 '통찰력' 같은 단어로 나를 공략하며, 모든 기만의 종말이 왔음을 설파한다. 그 진실은 날이 갈수록 나의 내부에서 자라나고 있다. 그 힘은 워낙 강해서, 내가 후회하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