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돈 작가님과 처음 마주한 책. 걷기, 산책, 에세이, 표지.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로 책을 구매했고, 그때까지만 해도 정지돈 작가님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다소 독특한 소설을 쓰신다는 두루뭉술한 느낌만 가지고 있었을 뿐.
그래서인지 사실 초반에는 몇 챕터를 읽으며, '이 작가님, 대체 뭐하시는 분일까...?(진지하게 궁금함)'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런 에세이를 쓰시는 분이라면, 대체 소설은 어떻게 쓰실지, 순수하게 궁금했다.(조만간 소설 중 하나를 골라 읽으려 하는데, 뭘 먼저 읽으면 좋을지 고민이다.)
에세이이면서도 인용이 많고 학술적인 내용이 깊이 연관되어 있어 대개 다소 읽기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이 글에 묘하게 끌리는 구석이 있다고 느꼈다. 오히려 나의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부분도, 나(의 글쓰기)와 닮은 것 같은 면도... 그래서인지 중반에는 흥미진진하게 페이지가 마구 넘어갔고, 도중에는 마치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쓴 것 같은 문장도 있었다.(특히 이동 과정에서 책을 그렇게 읽는다는 말을 볼 때면 내 일기장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진짜다. 지금까지 이런 일기와 글을 몇 번이고 썼다.)
아마 평행세계였다면, 작가인 내가 쓴 에세이를 정지돈 작가님이 보고, '이 글, 내가 썼어야 하는 건데!'라고 생각하셨겠지!
책을 통해 끊임없이 걷고, 주변을 둘러보고, 생각을 넓혀나가면서, 실제로도 자주 걷고 싶어졌다. 안 그래도 최근에는 집 근처의 몇몇 루트로만 산책하는 것에 질려서 산책 자체를 소홀히 하던 참이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봐야겠다.(하지만 산책을 하겠다며 버스를 타고 다른 도시나 강가까지 나간다면 과연 진정한 산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진정한 산책이란 과연 무엇일까...)
쓰다보니 나도 모르게 정지돈 작가님의 문체가 옮는 느낌. 어딘가 유쾌하고 즐겁다.
우리 모두가 근원에서는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공동현존에 기반한 존재임을 오늘도 잊지 않으며, 내일의 세상은 조금 더 평화롭길 바란다.
내일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책이나 휴대폰이 아니라 하늘을 보며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