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일정한 거리, 왕복 4.4km의 산책길에서 온갖 망상, 공상을 비롯한 생각이란 생각을 그득그득 해대는 내게 코로나 후유증은 정말 악재였다. 게다가 종종 다시 앓아 눕는 바람에 경쾌한 발걸음이 자주 무기력했는데 이 책을 읽고 몸도 마음도,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지적인면에서도 꽤나 신났다. 누군가 걸으며, 산책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대리만족을 얻기도 하지만 유쾌상쾌통쾌함까지 선사하니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었달까.
정지돈 작가의 도시 산책기는 서울과 파리라는 도시 속에서 건축, 역사, 예술, 문학을 넘나들고 때론 뭔말인지 전혀 모르겠는 세계로 이끌지만 그건 그것대로 낯선 풍경의 거리를 걷는 듯한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어느 지점에는 분명히 배꼽잡고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가 있다. 정말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널뛰는 기분. 덕분에 가장 큰 수확은 이상우, 오한기, 금정연 작가를 알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또 정지돈 작가의 사유는 어디까지 뻗칠지, 매번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