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난 이미 죽어서 하나도 춥지 않아. 바람이 너무 좋아. 내게서 나는 악취가 날아갈 것 같거든. (p.187)
- 바람이 추억처럼 나뒹군다. 예전엔 이런 낯간지러운 묘사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묘사를 전혀 하지 않아. 왜 그럴까. 낭비라고 생각해서일까. 과잉은 죄악이야. 허비하면 안 돼. 이게 이 세상을 이루는 법칙이야. 돈으로 확산될 수 있는 행동만 해야 한다고. 언제부턴가 묘사라는 말을 들으면 슬픈 생각이 들어. 멸종이란 말이 연달아 떠오르거든. (p.194)
- 나는 또 생각했어. 이 나라가 겨울에 영하 이십 도까지 떨어지는 것도, 엄마가 예순 살이 되도록 보험 하나 들지 않은 것도, 아랫니가 다 상해버린 아빠가 국가에서 임플란트 비용을 지원해주는 나이가 되는 내년까지 두유만 먹기로 결심한 것도, 지난밤 누군가 꽁꽁 언 강아지 사체를 쓰레기통에 버린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것도, 우리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도 되지 못한 채 나이를 먹은 것도 모두 비현실적이잖아. 그런데 이 모든 비현실이 전부 이루어졌어. 비현실적인 일이 계속 일어난다는 건 더이상 그게 비현실이 아니라는 증거야. 비현실은 더이상 비현실이 아니다. 비현실은 현실이다. (p.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