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승 작가의 <아무튼, 연필>이라는 작품을 너무 인상적으로 읽었기에, 이번 신작도 설레이는 마음으로 읽었다. 특히나 제목도, 표지 그림도 강렬해서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이 확 움직였던 작품이기도 하다. 요일별로 진행되는 구성도 매우 독특했는데, 시간의 흐름을 새롭게 배치하는 것만으로 만들어 지는 리듬이랄까, 그런 부분도 참 좋았던 것 같다.
몸은 차별과 혐오가 기입되는 가장 첨예한 장소다. 몸을 기울인다는 건 그런 장소의 닿음이다. 내 몸은 어디에 닿아 있는가. 질문이 저 멀리 앞서가고 있다. 나는 이제 겨우 내 몸에 도착한 상태다. p.124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과 체험을 담고 있는 글이라서 그런지 읽으면서 점점 조심스러워진다고 해야 하나, 대충 아무렇게나 읽어 버리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기도 했다. 산문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시를 읽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 문장들과 여백에 숨겨진 감정들이 담담하게 휘몰아치는 것이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도 들게 했다. 최근에 올리비아 랭의 <에브리바디>라는 책을 읽었는데, 몸에 대한 사유라는 공통점이 있어 <짐승일기>와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