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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기 작가님의 전작인 <산책하기 좋은 날>을 읽을때 까지만해도, 작가님 글의 매력을 잘 몰랐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풍경 속에, 갑자기 비일상적이고 비전형적인 존재가 등장하고, 이야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전개가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게트 소년병>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작품세계와 매력과 조금씩 알게 되어갔다. 엉뚱해 보이는 존재와 상황들이, 전형적인 사고의 틀을 조금씩 흔드는 듯한 느낌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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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굉장히 집중해서 읽었고, 어디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소재에 계속 놀랐다. 7편의 단편 모두 굉장히 흥미로웠지만, 특히 <펜팔>이라는 단편은, 이래도 괜찮은가? 싶을 정도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펜팔이라니,,, 읽으면서 내내 조마조마한 느낌이었고, 다 읽고 나서는 얼떨떨했다. 한계없는 소재는 최근에 본 책들중에서도 단연 최고였다.
문장들은 굉장히 깔끔하고 유쾌한 느낌이었는데, 다소 낯설고 정신없는 전개속에서 이야기가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게 했다. 여러모로 복합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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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남몰래 하는 생각이나, 드러나지 않은 욕망, 혹은 후회,,, 같은 무의식의 영역의 것들을 작가님이 낯설고 비일상적인 형태로 표현하려고 하신 건 아닐까 싶다.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일뿐, 어느것도 이상한것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한기 작가님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커졌는데. 얼핏 보기엔 웃긴 얘기를 하고 있지만, 심오한 의도를 지니고 있는것 같은 아리송한 느낌이 왠지 더 궁금하고 더 확인해 보고 싶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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