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해방이자 세상에게 '행동해야 할 이유'의 동의어인 부르디외의 저작이, 사회적 결정론에 대한 종속으로 인식될 수도 있었다는 점이 불가사의이자 슬픔으로 남는다. 오히려 내게 부르디외의 비판사회학은, 사회적 재생산의 은폐된 메커니즘을 드러내며 개인이 자신도 모르는 새 내재화한 믿음과 지배과정을 객관화함으로써, 존재의 운명론을 걷어내는 것으로 보였다. 부르디외는 문학과 예술작품의 생산 조건 및 작품이 출현하는 투쟁의 장을 분석하면서 예술을 파괴하고 축소한 것이 아니라, 그저 예술로부터 성스러움을 제거하고 예술을 종교보다 훨씬 더 나은 것으로, 복합적인 인간 활동으로 만든다. 나아가 부르디외의 글들은 내가 글쓰기를 시도할 때, 무엇보다도 그가 명명한 대로 사회적으로 억압된 것을 지속적으로 말할 수 있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격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