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선생님, 선생님이 말하는 게 분명 제 마음일 텐데도 전혀 제 마음 같지가 않았어요. 아빠를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제가 몰리고 있었다는 게 선생님의 전제인데, 그것부터가 잘못됐습니다. 그러니 그 다음의 분석도 죄다 틀릴 수벆에 없는 것이지요. 저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수동적인 희생자가 아니에요. 생각해보세요, 선생님. 저도 달을 향해 서 있고, 선생님도 또 저의 이웃들도 달을 향해 서 있어요. 모두가 각자의 달을 향해 서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달은 몇 개인가요? 저마다 각자의 달을 보고 있는 거라면 그건 아마도 달이 아닐 거예요. 선생님이 제가 집에 불을 지른 이유를 설명하시는 부분에서 저는 저의 달과 선생님의 달이 완전히 다른 달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진주의 결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