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한가 혹은 불행한가. 살아 있나 실은 죽은 건가. 그런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상태를 불안하게 지나온 것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 뚜렷하고 분명한 사실에 짓눌려 있어요. 너는 불행하게 살아 있어. 그 사실이 매일 나에게 당부해요. 그러니까 돌아보지 마. 대체 그것 말고 약에 취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또 있다고. 앞으로 걷지 못하면 뒤로라도 걸어야 해요. 기억이 고갈될 때까지 멈추면 안 돼요.. 노인이 되면 밤새 기억을 뒤로 걷는다고 실비아씨가 그랬죠. 그래서 아침이면 무릎이 아픈 모양이라고. 그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따로 적어뒀어요. 노인이 될 수 있다면 꼭 누군가에게 전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