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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는 왠지 포도를 먹지 않았따. 캠벨 포도가 잘 보이지 않아 어쩐지 시큰둥해졌다. 언젠가 후진국일수록 검은 포도의 비율이 높고 중진국은 푸른 포도, 선진국은 빨간 포도의 비율이 높다는 기사를 읽고 조금 놀란 기억이 난다. 농작물 재배란 기후와 토양 같은 자연환경의 산물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것이 곧 자본이라는 생각은 뒤늦게 들었다. <포도밭 묘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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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람들은 부활한 구세주를 몰라본 도마를 질타하겠지만 기독교에서는 그는 뜻밖의 대접을 받고 있다. 도마가 없었던라면 예수의 부활은 증명받지 못했으리라. 그러니까 도마의 의심은 예수의 신성을 확인하는 도구였다. 그렇다면 나의 의심은 사람들이 흔히 진심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다. <진주의결말 -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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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하잖아요. 모든 게 잘될 거라는 희망에 부풀어 잠들었다가도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한 아침을 맞이하기도 해요. 인간의 실존은 앞뒤가 맞지 않는 비논리적인 이야기예요. 그럼에도 저는 그중에서 가장 좋은 생각들만 선택해왔습니다. 선생님이 방송에서 저더러 자기기만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는 데 아주 능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놀란 까닭이 거기에 있습니다. 맞아요, 저는 스스로를 속이는 사람입니다. <진주의결말 -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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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삶의 일들은 그저 벌어질 뿐인데도 우리는 다른사람들에게 이해받기 위해 이유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유가 필요없다. 대신에 희망이 필요하다. 나의 희망으로는 결코 타인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다. <진주의결말 -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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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이 오래전부터 혼자 연습해온 대사를 읊듯 자부심을 담아 말했다.
부담은 명예래 <홈파티 -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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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그토록 무람없이 빠르게 가까워진 것은 처음이었다. <일시적인 일탈 - 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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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이 대체 뭐죠?
몰라요 사실 아무도 모르니까 그렇게 부르는 거예요. 어쨌든 분명한 건 그 이야기들에 뭔가 오류가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그렇게 내정되어있는거죠. <일시적인 일탈 - 정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