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악물고 참아야만 하거나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맹세같은 게 전혀 불필요한, 말 그대로 평범한 계획.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을까? 스물한 살? 수물두 살? 그때만 해도 내겐 그런 계획이 있었어.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평범한 계획. 좋은회사에 취직하고, 성격 좋은 바르게 사는 사람을 만나 연애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별 탈 없이 기르고..... 퇴근길에는 친구와 맛있는 안주에 술을 마시며 옛 추억을 얘기하고, 여름이면 가족들과 외국에 여행을 가는 삶.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고 서점에 들러 신간을 사서 돌아오는 삶. 그다지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그 정도 삶은 살 수 있을 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