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과의 연애를 떠올리면 보르헤스가 떠오른다. 지안은 보르헤스를 좋아했다. 당시만 해도 나는 보르헤스가 좋다는 사람은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 도무지 보르헤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 무지 탓이었다. 그란 지안만은 보르헤스를 진짜로 좋아하는 것 같았다.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리라. 어느 날 밤 보르헤스의 단편을 지안과 번갈아가며 소리 내 읽었던 게 기억난다. 다 읽은 뒤 우리는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의 주제는 미래로 번졌는데, 우리는 둘 다 미래를 긍정했다. 이 글의 주제와는 별 상관 없는 내용이다. 좋은 기억이라 적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