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돌아온 후 매일같이 다른 허기가 생겨나 채워지기를 기다리지만 나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나는 누구에게도 곁을 내어줄 수 없다. 나는 배고픔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므로 자부심이 아니라 겸허때문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P276
수용소는 마음속의 소망을 박탈했다. 누구든 결정할 필요도, 결정할 의지도 없었다.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기억이 그 바람 을 뒤로 밀어두었다. 감히 그리움을 앞세울 수 없었다. 기억이 이미 그리움이라고 믿었다. 머릿속에 항상 똑같은 장면이 돌아가고 세상과의 격리가 익숙해지면서 그리운 것은 기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P289
나는 풀려난 몸으로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외톨이가 되었고 자기를 기만하는 증인이 되었다. 그것은 내 안에서 일어난 커다란 불행이었다. P315
처참했던 수용소에서의 삶보다 자유를 찾은 레오의 삶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너는 돌아 올거야.'라는 할머니의 말이 희망이였다면 단지 새생명만을 알리는 어머니의 편지가 상처가 되었던거 같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자신을 대신할 동생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생각에 더 설 자리가 없었던건 아니였을까.
어떤이유에서든 전쟁은 상처만 남기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