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헬름의 ‘오늘’이 모래처럼 물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것들은 밀도 높은 살과 근육, 혈관과 세포에 틈을 낸다. 회한과 자책, 분노와 공포, 땀과 눈물이. 눈물 흘리다 소리내어 울다 결국 통곡한다. 스스로 달랜다, 달래진다. 다시 돌아가도 어제의 선택을 했겠지만 또 모를 일이다 내일은. 각성한 윌헬름이 해방되고 세 번째 이름을 가지게 될지도. 도처에 윌헬름들은 출몰한다.
『오늘을 잡아라』는 트루먼 쇼처럼 윌헬름의 하루를 생중계한다. 그의 고통, 어리석음, 위태로움이 속도감있는 문장으로 발사에 가깝게 그려진다.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윌헬름의 감정이 독자에게 생생하게 닿기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또한 거칠것없이 실랄하게 속내를 드러내니 안타까운 동시에 실소가 터진다. 현실밀착형 고민은 생의 주기 어디쯤에서 어떤 실수가 더 치명적인가를 재어보게도 만든다. 마흔이 넘은 윌헬름 안에 있는 어른아이는 결국 성장하게 될 것인지. 그럼에도 작가의 시선은 따뜻하다. 대낮 브로드웨이의 번쩍거리는 길 한가운데를 거쳐 또다른 공간을 허락한다. 남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비극을 이토록 경쾌하고 선명하게 남길수 있다니 놀랍다. 그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오늘을 잡아라』는 솔 벨로 세계에 입성하는 첫 작품으로도 손색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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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그때는 정신적 보상을 추구할 뿐이지. 사람들을 ‘지금 여기’로 이끌어주면서. 현실 세계로. 지금 이 순간 말이야. 우리한테 과거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미래는 근심 걱정만 가득하고. 진짜는 현재뿐이야. ‘지금 여기’뿐이라고. 오늘을 잡아야지.”(p.97)
내심 이렇게 다짐했다. 저 사람들 앞에서는 울지 않겠다.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만 저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로 어린애처럼 울지 않는다. 안 돼! 안 돼! 그러나 흘리지 못한 눈물이 자꾸 치밀어 금방이라도 익사할 듯한 기분이었다.(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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