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도리스 레싱은 '작가의 일은 질문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누구든 자신의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처럼,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어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온갖 집안일과 아이들 뒤치다꺼리와 남편 뒷바라지로만 점철된 일상을 살고 있는 대부분의 주부들이 그러하듯이, 여성들에겐 혼자만의 공간이 아주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 또한 새삼 깨닫게 되었고요. 아이를 키우며 결혼생활을 하면서 나라는 존재 자체가 점점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을 잃지 않고 지켜내기란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도 말이죠. 행간마다 숨겨져 있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섬세한 은유들이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어 주었던 작품이었어요. 독파를 통해서 4년 만에 다시 읽게 된 작품이었는데, 여전히 좋은 작품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