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많고 고집도 센 회의론자들이라면, 인간 본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 기회가 있다고 해서 다 도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기회가 도둑을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하는 게 사실이라는 식의 주장을 할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여전히 관용의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던 그 마지막 순간에 눈이 먼 남자가 가짜 사마리아인의 두 번째 제안, 즉 그의 아내가 올 때까지 말벗이나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해도, 자동차 도둑이 과연 그러한 신뢰에 감명을 받고 도덕적 책임감을 발휘하여 범죄의 유혹을 억제하였을지, 그럼으로써 가장 타락한 영혼에게서조차 늘 발견할 수 있는 관용과 이타심이라는 고귀하게 빛나는 감정들이 승리를 거두는 결과를 낳았을지 어땠을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 비속한 평가를 마무리하자면, 옛 속담이 우리에게 지칠 줄 모르고 가르쳐주듯이, 눈이 먼 남자는 성호를 그으려다가 손으로 자기 코를 쳐 코피만 터뜨리고 만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