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74. 남자는 그녀가 온 방향으로 주의를 돌렸다. 과거의 그날처럼, 잿빛 수의 같은 빗줄기 속에서 앞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무도. 남자는 추레한 거리에 계속 서 있었다. 씁쓸함이 목구멍을 가득 채우고, 앞으로 살아가 야 할 20년이 공허한 세월이 될 것 같았다. 그날 그녀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인생에는 그림자가 생겼다. 그는 사랑도 기쁨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월을 정면으로 마주볼 수 없었다. 모든 것이 그녀의 잘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