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설에서 주인공들의 감정과 그들이 거니는 연못이나 덤불숲은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처녀에 대한 주인공들의 위대한 사랑을 묘사하면서 그 흥미로운 주인공에게 그때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그가 드나든 매음굴, 그가 건드린 하녀들, 여자 요리사들, 남의 아내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단 말입니다. 가령 이런 상스러운 소설이 있다고 해도, 누구보다 이런 정보를 알아야만 하는 처녀들의 손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합니다. 처음엔 처녀들 앞에서 우리가 사는 도시나 심지어 농촌생활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러한 음탕한 짓거리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시치미를 똅니다. 그러다가 이런 위선에 차차 익숙해지고, 결국에는 영국인처럼 우리 모두는 도덕적인 사람이고, 도덕적인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기 시작합니다. 가련한 처녀들도 이것을 아주 진지하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