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책 중 단연코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다. 눈이 멀었다는 신체적 상실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었다.(의사의 아내라는 관찰자는 남겨두었지만) 시력을 상실한 이들에게 남녀노소란 조건도 필요없었고 지식이나 재물도 소용없었다. 본능의 욕구만 남은 인간들이 어떤 모습까지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헤처나갈 방법을 함께 모색지 않는다고 비판하기엔 당장의 생존이 문제였다. 오랜 시간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교육과 도덕의 가면을 벗겨낸 인간의 진짜 모습이었다. 다만 의사의 아내가 보여준 이타적인 모습에 한 줄기 희망이 남겨져 있다. 혼자만 보이지 않게 된 그녀의 다음 삶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