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이 된 굶주림을 뭐라고 해야 할까. 병적인 허기를 만드는 그런 굶주림이라고 해야 하나. 허기 위에 그보다 더한 허기가 겹친다. 공복을 먹고 언제나 새롭게 태어나는 허기가 기원을 알 수 없는 오래되고 길들여진 허기 속으로 뛰어드는 것. 배가 고프다는 것 말고는 자신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까. 배가 고프다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면. 입천장이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와 두개골에 닿을 지경이면 천장이 둥근 교회처럼 조그만 소리도 크게 울린다. 배고픔을 더는 견딜 수 없을 때면 입천장이 당긴다. 갓 잡은 토끼 가죽을 말릴 때처럼 누가 얼굴 피부를 아래로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것 같다. 볼은 푹 꺼지고 그 위를 창백한 솜털이 뒤엎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