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작가의 이름 '앙리 드 몽테를랑', 국내 초역의 소설 [소년들]을 읽게 된 계기는 딱 열다섯 살의 질풍노도의 아들을 키우고 있기에 '순수하면서도 타락한 천사의 모습의 소년들'이란 과연 어떤 것을 두고 하는 말인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랑에 빠지는 덴 이골이 붙는다'는 문장을 놓친 것은 어쩌면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은 작가의 두개의 메모와 서문을 통해 이 소설이 자신의 자전적인 글이 아니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작가인 앙리 드 몽테를랑의 삶이 그대로 녹아져 있습니다. 1895년 파리 태생의 작가는 바칼로레아 시험에 합격하고 생트크롸 드 뇌이 콜레주의 철학반에 입학해 이 년 후배인 필리프 지켈과의 특별한 우정으로 인해 1912년 퇴학을 당합니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 [소년들]은 1922년 '알방 드 브리쿨의 청춘' 시리즈의 첫번째 출간 작품 [꿈], 1926년에 두번째 소설 [투우사들]에 이어 마지막으로 1969년에 출간 되었습니다. 1914년에 쓰기 시작한 후 초고가 완성 된 1947년까지의 긴 시간에 더하여 또다시 이십여 년 뒤에 보완작업이 끝나고 나서야 마지막 완성을 외치며 세상에 나온 소설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개인적이며 고통스러운 자기 고백이 담긴 사랑에 관한 소설 [소년들]은 개방적인 서구 사회에서조차 금기시 되었던 동성간의 사랑과 우정, 종교와 사회적인 편견에 대한 소년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어 단순히 열다섯 살 아들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선택해 책을 읽기 시작한 저에겐 당황스럽게 다가왔고 주인공 알방의 어머니의 아들을 향한 사랑과 믿음과 지지를 과연 '나'라면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 알방은 어두운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화도 나지 않았고 괴롭지도 않았다. 오로지 극도의 흥분만이 있었다.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살아 있다!' 그의 마음은 매우 평온한 동시에 끝없이 활기로 가득찼다.
알다시피 그는 (의지, 순결, 용기, 자기통제 등 이 모든 것의) 완벽한 수행을 좋아했다. 그가 어머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드 프라츠 신부의 말에 순종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지 완벽한 수행을 위해서였다. 그는 오후 내내 정신의 완전한 자유를 가장했다. 그가 성공하는 만큼, 그것에 도취되어갔다. (250쪽~251쪽)
콜레주의 2학년 학생주임이자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 신부 드 프라츠,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열네 살의 신입생 세르주 수플리에, 세르주를 특별히 여기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알방과 알방 드 브리쿨을 향해 손을 내미는 세르주, 결국 퇴학을 당하고 학교를 떠나는 세 사람의 이야기는 나이와 성별을 떠나 사랑이란 서로에게 특별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지, 왜 다른 사람이 믿는 것을 안 믿는지, 왜 가시밭길 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순순히 그 길을 가는지, 나이가 들고 세계대전의 광풍에 휩쓸리는 시련에도 잊지 못하던 그들의 특별한 우정이 어떤 결말을 그리는지 상상하고, 소설이 끝나고 나서의 뒷이야기를 마음데로 그려나가다보니 진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순수했던 시절로 되돌아가 철부지 같던, 그래서 용감했던 그시절의 저를 떠올려 봅니다. 그 터널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에 제 자신의 잣대로 아들의 삶을 재단하는 일만은 하지 말자는 결심을 하며 [소년들]을 덮습니다. 새로운 경험이었고 신선한 충격의 책 [소년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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