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눈물 훔치며 걷던 까미노 길이 생각 납니다. 관계의 어그러짐을 겪으며 답답한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혼자 기도하듯이 걷던 그 길에서 한 무리의 유럽 청년들이 동행하자며 말을 걸어왔었죠. 이건 즉각적인 선물. 그만 축 쳐져 있으라며 보내준 사람들이 아닌가 싶어요. 그들과 함께 길고 긴 푸른 강을 건넜던 다리 위 동네의 풍경이 선명합니다. 마침 도착한 날이 축제일이었죠. 그리고 내내 혼자 일까, 염려하던 여행 이후의 삶에 다시금 돌아돌아 온 선물은 지금의 남편이네요. 어쩌면 이 생 전체가 숨겨진 선물일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