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스스로 저지른 잔혹 행위에 대해 듣지 못하는 행태는 유별난 것이 아니며, ‘견디기 힘든’ 사실을 ‘회피’하려는 것이 일본인만의 행동도 아닙니다.(예를 들어 한국 경제의 많은 제도적 구조가 일제 식민주의의 유산이라는 사실을 한국인들은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견디기 힘든 사실을 ‘회피’해버리는 방식에는 일본인만의 특유의 무언가가 있기는 합니다. 그것을 일본인들 스스로는 ‘피해자 의식被害者意識’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인들이 격분할 수 있는 지점인데, 일본인들은 자신들을 희생자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19세기 후반,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물결에 마지못해 끌려갔다, 본인들이 주도해서 만들지 않았던 세상의 규칙과 규범에 따르도록 강요받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