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싱'을 감상했습니다. 소설을 읽고 영화를 감상하니까 매우 색다른 기분이었어요. 1920년대 뉴욕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 속 섬세한 심리 묘사가 영화에서는 다소 단조롭게 표현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스스로를 성찰하는 아이린의 나레이션이 영화에 포함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로 각색할 때,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여성들의 욕망이 충돌하여 갈등을 빚어내는 사건들을 추가하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영화로 감상한 '패싱'에서 소설 속 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것을 보는 것은 무척 근사한 경험이었어요. 사실 원작의 장점을 영화에서 잘 녹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번에 흑백 영화를 오랜만에 봤는데요, 원작의 톤을 잘 유지하면서 영화적 상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