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비록 그때까지 경험한 그 어떤 사랑과도 다른 감정이었지만. 내가 아는 사랑은 늘 욕망에서 생겨났다. 통제할 수 없는 힘 때문에 내가 바뀌거나 진로에서 이탈하기를 바라는 소망에서 생겨났다. 하지만 에르샤디를 사랑할 때, 그 거대한 감정을 벗어난 나는 거의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걸 연민이라고 부른다면 신적인 사랑을 말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이 감정은 그와 달리 지극히 인간적이었다. 오히려 이것은 동물적인 사랑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다가 어느 날 동류를 만나, 자신이 여태 잘못된 대상을 이해하려 애써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동물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