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안중근은 권총을 점검했다. 탄창을 뺀 권총을 오른손으로 쥐고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를 망아쇠에 걸었다.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로 방아쇠를 구십 도 각도로 쥐고 직후방으로 당겼다. (중략)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가늠쇠 너머에 표적은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표적으로 시력을 집중할수록 표적은 희미해졌다. 표적에 닿지 못하는 한줄기 시선이 가늠쇠 너머에서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보이는 조준선과 보이지 않는 표적 사이에서 총구는 늘 흔들렸고, 오른손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는 방아쇠를 거머쥐고 머뭇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