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 자식에게 세례를 주면서, 빌렘은 똑 닮은 부자의 눈을 번갈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안중근은 어쩐지 하느님의 자식이라기보다는 세속의 아들 쪽에 더 가까워 보였는데, 안중근에게는 그 안팎의 구분이 없는 것 같기도 했다. 구분이 없다는 것은 결국 그 양쪽이 합쳐진다는 것인지를 생각하다가 빌렘은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일 년 전에 안중근이 성당으로 찾아와서 상해로 가겠다고 말했을 때, 빌렘은 왜 가는지를 묻지 않았고, 말리지도 않았다, 빌렘은 안중근이 세속의 길로 나아가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