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멜라 작가는 2022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저녁놀>로 처음 알게 되었다. 이름도 이름이지만 작품 자체도 쉽게 잊히지는 않는 작품이라 이번 이달책에서 그의 이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링고링>부터 표제작인 <제 꿈 꾸세요>까지 읽는동안 사랑을 느꼈다. 영주에 대한 '나'의 사랑, 영주의 엄마와 링고의 사랑. 앙헬과 체의 사랑. 지현과 민영의 사랑. '나'와 희래, 할머니와 테루오의 사랑. 엘리에 대한 '나'의 사랑. 을주에 대한 덕진의 사랑. 202호의 자신에 대한 사랑. '나'의 엄마에 대한 사랑.
모든 작품이 재밌었지만 <제 꿈 꾸세요>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함께 새로운 형식이 주는 즐거움도 있었다. 어릴 때 불렀던 동요에 대한 궁금증을 다루는 부분, 또 자신이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가에 대한 인과관계를 다루는 부분, 엄마가 자신을 발견한 장면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의 작은 글씨들이 몰입감을 더했다. 항상 죽음 그 이후를 상상하지만 모르는 것밖에 없어 두려움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읽고서는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다. 가까운 사람이 죽고나면 꼭 꿈에 나와서 마지막 인사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누구의 꿈에 찾아갈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정하는거라니. 엄마에게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고 싶어 돼지와 함께 나왔다는 챔바의 이야기에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다 작품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 결국 울음을 쏟아내고 말았다.
오늘 밤은 엄마, 엄마의 꿈으로.
커피우유 가지고 갈게요. 멋지게 빨대 꽂아줘요.
작가는 이 소설집을 통해 "사랑하는 것은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것도 헛되지 않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실은 그 말이 가장 위로가 되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내가 사랑한 이것이 헛되지 않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엄마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엄마의 사랑과 나의 사랑은 헛되지 않다고, 엄마는 네 꿈에 언제고 꼭 나올거라고. 작품들 속의 사랑들을 모조리 품으며 지금 진행중인 나와 엄마의 사랑을 다시 느낀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