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야마에 있는 본사, 여름이면 온 사무실이 옮겨가는 가루이자와의 여름 별장에서 무라이 슌스케 선생과 보낸 일 년 남짓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큰 기복이나 드라마틱한 전개는 없지만, 노년의 건축가와 그의 건축에 대한 철학과 열정을 존경하고 공감하는 젊은 건축가의 일상이 담긴 소설로 천천히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소설이지만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다. 건축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곤충, 조류, 식물,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세밀한 묘사가 담겨있어 보지 않아도 모습이나 향기와 색들이 눈 앞에 보이는 것 같다. 건축이라는 소재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건축이 우리의 삶과 직결된 것을 재인식 시켜주며 단순하지 않은 철학적인 느낌의 건축이야기와 건축물과 인간의 삶이 닮아있는 모습도 있음을 보여준다. 책의 겉 표지가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 숲을 보여주고, 속 커버는 나무를 닮아 있는데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커버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 별장의 진입로에 있는 큰 계수나무 뿐 아니라 이야기 속에도 나무에 관한 묘사나 내용이 자주 등장하고 건축의 소재로도 나무가 쓰이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또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신만의 철학과 신념을 지닌 건축가인 무라이 선생님은 나무를 닮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 속에 있는 여름 별장의 이야기는 숲의 가득한 다양한 나무들의 초록을 담은 여름의 향기가 전해지는 것 같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