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장쯤 읽었을 즈음에 인물을 정리해보니, 10명 가까이 등장해서 책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한국 이름마저도 외우기 버거운 나인데 프랑스 인물에게 별명까지 붙여대니 고역이었다. 한 소설에서 등장할 수 있는 최대 인구수 제한 규정 좀 누가 법으로 재정해줬으면······
전체적으로 매혹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특히 알방이 퇴학당한 뒤로 벌어지는 100p 분량의 에필로그는 지루했다. 굳이 알고싶지 않은 뒷 이야기였다. 그러나 내용을 떠나서 "아름다운 감정은 언제나 마음에" (310p) 드는 법이다. 선명한 아름다움, 선명한 사랑에 대해 말하는 그런 문장들이 좋았다. 온갖 장식적 수사 없이도 아름다울 수 있는 문장들, 아름다움을 그저 아름답다고 말하고 그래서 아름다운 문장들 말이다.
"그래, 평생, 네가 나에게 어떤 존재였고 어떤 존재인지 부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 내가 너를 이토록 사랑하지 않았다면, 모든 게 훨씬 더 쉬웠을 거야.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가 널 사랑한 건 얼마나 당연한 일이었는지!" (31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