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이자 첫 번째 단편 소설인 『어쩌면 스무 번』은 가늠할 수는 없지만 내 앞에 놓인 미래가 희망적일 수는 없을 것이라 예감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소설 속,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과 “끝내 알 수 없는 마음”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안에 떨며, 알지 못하는 이들의 위압적인 태도에 동조하는 두려움으로. 주인공을 구하려다 익사한 사촌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때마다 숙모가 일깨워주는 죄책감으로. 남편의 과오를 알면서도 끝내 남편에게 동화되며, 현관문을 굳게 닫는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묻어둬야 하지만, 여전히 과거에 발이 묶인 모습으로. 엄마의 ‘진짜’ 모습을 알아버린 아들의 혼란스러움으로 자리한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씁쓸하고 비관적이기까지 하다. 안개가 걷혀도 결코 희망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는 않은, 불확실을 향한 확신 말이다. 8편의 모든 단편이 이렇게 끝을 맺어, 처음에는 모호하고 찝찝했는데, 이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확신을 가질 수는 없으니까. 불확실함을 견디고 조금씩 안개를 걷어가는 과정이 삶이니까. 모순적이게도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이야기보다 씁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야기가 내게는 더 희망적이다. 잘 알면 그만큼 잘 헤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으며 살아가는 건 안개를 자욱하게 하는 일일 뿐, 한 치 앞도 선명하게 볼 수 없도록 만든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임을 알고, 그것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