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니의 말에 동의했다. 언니의 목소리에 실린 분노에 가까운 두려움은 나의 오래된 주인이었으니까. 그 두려움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나를 추동했고 겉보기에는 그다지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 어른으로 키워냈다. 두려움은 내게 생긴 대로 살아서는 안 되며 보다 나은 인간으로 변모하기를 멈취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었다. 달라지지 않는다면, 더나아지지 않는다면 나는 이 세계에서 소거되어버릴 것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곳에 머물기를 택했다.
Rosa
2024.09.13 화 나는 언니의 말에 동의했다. 언니의 목소리에 실린 분노에 가까운 두려움은 나의 오래된 주인이었으니까. 그 두려움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나를 추동했고 겉보기에는 그다지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 어른으로 키워냈다. 두려움은 내게 생긴 대로 살아서는 안 되며 보다 나은 인간으로 변모하기를 멈취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었다. 달라지지 않는다면, 더나아지지 않는다면 나는 이 세계에서 소거되어버릴 것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곳에 머물기를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