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곳곳을 누비는 버스 노선이 있는 대신 원룸텔 벽이 습자지처럼 얇았다. 누군가 벽에다 못을 받으면 서른두 개의 방에 동일한 데시벨의 소리가 공평하게 울려퍼졌다. 사람들은 직접 따지러 가기보다 천장을 향해 조용히 좀 합시다! 소리쳤다. 그럼 그 소리 역시 서른두 개의 방에 공평하게 분배됐다. 내게는 그런 것이 중요했다. 익명 곡에 숨어 있는 것. 누구나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세계에 남아 있는 것. 개가 흐느끼기 전까지 나는 익명의 소음 속에 안전히 숨어 지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