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은 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온 세상에 환하게 만개한 꽃들이, 어둡고 춥고 황량했던, 죽음과 같았던 겨울은 잊어야 할 때라는 듯 눈부시게 빛났다. 봄에는 다들 새로운 희망과 도전 그리고 시작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어쩌면 봄은 마지못해 꽃을 피우는 것인지도, 과거의 깊은 어둠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금 볼품없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방식으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낑낑대면서 봄이라는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