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어린 시절 겪게된 사건과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신비한 소년 데미안과의 만남, 이후 시련과 시련의 극복, 깨달음을 반복해나가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무심코 한 거짓말에 속박되어 크로머에게 혹독하게 시달리는 싱클레어의 감정과 고통은, 안쓰럽기도 하고, 그 고통 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이입되기도 하고 그랬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기존의 사고의 틀을 깨고 자신의 눈으로 새롭게, 다르게 볼 줄 알도록 깨우쳐주며, 운명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이라고 가르쳐준다. 그런 데미안의 생각과 이야기는 나에게도 깨달음을 주었다. 소설 속 싱클레어가 생각한 말처럼, 지금 비로소 내가 얼마나 개성 없이, 얼마나 상상력과 환상 없이 그것들을 듣고 읽었는지 알았다.
솔직히 싱클레어가 추구하고 성찰하고 생각한 것들은, 나에게 온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난 그런 정신적 성찰에 크게 관심이 있지도 않고. 다만, 주위를 신경쓰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여, 자아를 찾고 그에 따라 행동하려하는 것은 충분히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내 머리와 마음 속에서 솟구치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정리할 문장력과 표현력이 없고, 아직 내 자신을 올곧이 들여다볼 용기가 나지 않기에,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뭐라 정리해서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왜 이 책이 명작이며 고전인 줄 알겠고,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깊게 여운이 남는다. 왜 독파메이트가 인생책이라고 했는지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을 20대 초반에 읽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5년 쯤 후 다시 읽으면 지금 읽는 것과 다른 느낌일까, 그때는 좀더 내면이 성장한 나로서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것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