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는 두 세계가 뒤섞였다. 밤과 낮이 두 극(極)으로부터 나왔다. 한 세계는 아버지의 집이었다. ...(중략)... 그 세계의 이름은 사랑과 엄격함, 모범과 학교였다. 그 세계에 속하는 것은 온화한 광채, 맑음과 깨끗함이었다. ...(중략)... 곧바로 미래로 이어지는 곧은 선과 길이 그 세계 속에 있었다. 의무와 책임, 양심의 가책과 고해, 용서와 선한 원칙들, 사랑과 존경, 성경 말씀과 지혜가 있었다. 인생이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고 정돈되어 있으려면 그 세계를 향해야 했다.
반면 또 하나의 세계가 이미 우리 집 한가운데에서 시작되고 있었는데 그것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중략)... 무시무시하고 유혹하는, 무섭고 수수께끼 같은 물건들, 도살장과 감옥, 술 취한 사람들과 악쓰는 여자들, 새끼 낳는 암소들과 쓰러진 말들, 강도의 침입, 살인, 자살 같은 일들이 있었다. ...(중략)... 그리고 가장 기이한 것은, 그 경계가 서로 닿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두 세계가 얼마나 함께 있었는지!
인생에서의 내 목표가 아버지 어머니처럼 되는 것, 그렇게 밝고 맑게, 그렇게 뛰어나고 단정하게 되는 것임을 나도 때로는 알았다. 그러나 거기까지 이르는 길은 멀었다. ...(중략)... 그 길은 자꾸자꾸 또 하나의 어두운 세계 옆을 지나거나 그 세계를 꿰뚫으며 이어져서 그 세계에 머무르고 그 안으로 가라앉아 버리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