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일이야. 살날이 며칠이나 남았다고 여태껏 본 적도 없고 얼마 안 있으면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소리에 매달리고 있는 거지? 그런데도 속이 상하고 화가 나. 싸움이라도 한바탕 하고 싶어. 아니, 뭐 하러 그딴 일에 시간을 낭비해?"
하지만 사실 그녀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 강요된 법칙을 따르고 싶지 않다면 격렬하게 저항해야만 하는 이 이상한 공동체 안에서 알량한 자존심 싸움을 하느라고.
...(중략)... 그녀가 삶이 자연스레 강요한 것을 결국 받아들이고 만 것은 그녀 자신이 모든 것을 "그딴 바보 짓"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 그녀는 뭔가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는, 뭔가를 바꾸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체념했다. 지금까지 무엇 하느라 내 모든 에너지를 소비한 거지? 그것도 내 삶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게 하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