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야기를 하나 해주지. 한 왕국을 무너뜨리려고 마음먹은 마법사가 있었어. 그는 그 왕국의 백성 모두가 물을 길어 먹는 우물에 묘약을 풀었어.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은 누구나 미쳐버리는 묘약을 말이야. 이튿날 아침, 물을 마신 백성들이 모두 미쳐버렸어. 왕만 빼놓고 말이지.
...(중략)... 왕의 칙령을 접한 백성들은 왕이 완전히 미쳐버렸다고 확신했어. 그래서 모두들 궁궐로 몰려가 함성을 지르며 왕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 절망에 빠진 왕은 왕위를 떠날 준비를 했어. 그런데 왕비가 말했지. '우리도 우물로 가서 그 물을 마셔요. 그러면 우리도 그들과 똑같아질 거예요.' 왕비가 이렇게 제안했어. 그래서 왕과 왕비는 독이 든 물을 마셨고, 이내 정신나간 말들을 하기 시작했지. 그러자 백성들은 마음을 돌렸어. 그처럼 크나큰 지혜를 보여준 왕을 무엇 때문에 쫓아내겠어? 그 왕국엔 다시 평화가 찾아왔어. ..."
...(중략)...
"... 바깥에, 발레트의 담 너머에 뭐가 있는지 알아?"
"같은 우물물을 마신 사람들이요."
"그래, 바로 그거야.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짓거리를 하는 자신을 정상이라고 믿지. 나도 이제 그 우물물을 마신 척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