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얼룩이 슬그머니 나타나 발목을 타고 올라왔다. 흐릿한 이목구비가 남아 있는 한 뼘 크기의 얼룩이었다. 그것은 둥글게 뭉치거나 길게 늘어지거나 하며 내 몸 위를 느릿느릿 기어다녔다. 서늘하고 축축한 얼룩의 밑면(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이 피부에 닿는 건 결코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나는 서둘러 몸을 털었다. 팔꿈치에 매달려 있던 얼룩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져 납작하게 퍼졌다.
라공
2024.08.24 수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얼룩이 슬그머니 나타나 발목을 타고 올라왔다. 흐릿한 이목구비가 남아 있는 한 뼘 크기의 얼룩이었다. 그것은 둥글게 뭉치거나 길게 늘어지거나 하며 내 몸 위를 느릿느릿 기어다녔다. 서늘하고 축축한 얼룩의 밑면(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이 피부에 닿는 건 결코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나는 서둘러 몸을 털었다. 팔꿈치에 매달려 있던 얼룩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져 납작하게 퍼졌다.